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1만5000피트 창공 '희망' 을 보다…"2012년엔 비상하자"

두근두근.   2012년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오전 10시30분. 12월 치고는 따사로운 햇살속에 DC에서 남서쪽으로 한시간 반 가량 떨어진 버지니아 오렌지 카운티를 찾았다. 힘찬 새해를 다짐하며 중앙일보 편집국 기자들이 난생 처음 스카이 다이빙에 도전하기로 한 날이다. 새해를 맞는 설레임인지, 스카이 다이빙에 대한 두려움인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발걸음을 들뜨게 했다.   이날 간 곳은 ‘스카이 다이브 오렌지'. 등록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교육용 동영상 시청과 동의서 작성이다. 앞뒤로 글이 빽빽한 동의서는 한마디로 ‘스카이 다이빙은 위험할 수 있는데 그래도 하겠느냐’였다. 마지막장에는 큰 글씨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문까지 적혀 있었다. 모두들 이미 마음의 준비는 끝났기에 새삼스레 고민할 겨를도 없이 사전 준비를 마쳤다.   사무실은 커다란 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한 듯 했다. 바닥에는 푹신한 고무가 깔려있고, 천장에는 낙하 훈련을 위한 줄들이 여기저기 늘어져 있었다. 일체형 점프 수트를 입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 낙하에 앞서 기초 훈련을 받는 사람들을 보니 ‘드디어 뛰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앞서 참가한 스카이 다이버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두근거림은 점점 커졌다.   오전 11시30분쯤. 갑작스런 기상상태 악화로 스카이 다이빙을 일단 중지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밖에 나가보니 정말 맑던 하늘에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겨울철에는 기상탓에 스카이 다이빙이 취소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들었지만 막상 못할 수도 있다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사전 교육을 맡은 강사 케빈은 “바람이 시속 23마일 이상으로 불면 낙하시 위험이 있어 스카이 다이빙을 할 수 없다. 10여분마다 한번씩 풍속을 점검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낮 12시를 전후로 바람은 줄곧 시속 20마일을 초과했다. 돌풍까지 가세하면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새해 각오를 다지기 위한 특별한 도전이었기에 기다리는 동안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못 뛰는게 아닌가’ 싶어 멍하니 하늘을 보기도 하고, 잡담을 하기도 하며 기다리기를 세시간 여. 오후 3시가 다됐을 무렵 드디어 ‘OK’ 사인이 떨어졌다. 순간 환호와 함께 다이빙장에는 다시 활기가 넘쳤다. 지칠듯한 기다림속에 결국 할 수 있게 됐다는 기쁨과 안도가 섞여 있었다.   오후 4시 18분. 마지막 차례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손목에 찬 고도계가 1만5000피트에 가까워질 무렵 비행기 뒷문이 활짝 열렸다. 그곳으로 뛰어내리는 것이다. 눈앞엔 하얀 구름 바다 뿐 땅은 보이지도 않았다. ‘하나, 둘, 셋!’ 강사의 외침과 함께 온 몸이 허공속에 던져졌다. 아무 것도 없었다. 강렬한 햇살에 눈이 부셨고 강한 바람만이 귀를 멍멍하게 했다. 발밑에, 눈앞에, 몸을 의지할 것이라곤 없는 그 순간, 워싱턴의 하늘을 품에 안았다. 하늘이 포근하게 몸을 감쌌다.   땅에 무사히 내려온 후 마주한 서로의 눈빛에서 희망이 보였다. ‘2012년,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유승림 기자 ysl1120@koreadaily.com

2012-01-03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